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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한 딸을 지지하는 아버지

아빠와 일상을 공유하는 고등학교 자퇴생 딸

딸이 지난주에 숙려기간을 끝으로 자퇴했다. 자퇴한 딸의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까 아빠로서 흐믓하다. 혹시나 소속감이 없어서 힘들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있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정식으로 자퇴한 지 6일째 되는 날이다. 고등학교라는 제도에 매이지 않고 사니까 딸이 행복해한다. 딸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 좋다. 

 

1. 미용실과 시장방문

딸이 자퇴하고 이제 백수로 지내고 있는 아빠와 붙어 다닐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목요일에는 미용실에 함께 가서 딸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금요일에는 함께 반야월 시장에 갔다. 이제 딸과 함께 움직이는 일이 많아졌다. 딸은 자기 의사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것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면 하루 종일 학교라는 제도 안에 갇혀서 학교 시스템대로 생활해야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딸과 함께 시장을 본 후 어묵과 떡볶이를 먹었다. "열일곱 살인 딸과 함께 평일 오전에 시장 나들이를 할 수 있다니 이게 실화냐!!" 원래 혼자 시장 보러 다녔었는데~ 지난 장날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빠는 물어묵 하나 먹고 딸은 떡볶이 먹고~ 그 순간이 완전 행복~ 딸이 자퇴하고 아빠가 백수이니까 가능하다. 그래서  다른 집처럼 지갑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떡볶이 한 그릇과 오뎅 하나에서 얻는 행복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딸이 많이 컸다. 그렇게 어리게만 보였던 딸이 부쩍 성숙해진 느낌이다. 딸과 함께 한 시장 데이트~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반야월 시장에서 먹는 떡볶이가 쫀득~쫀득~ 입에 짝 달라붙는 맛이라고 딸이 표현한다. 아빠도 한 젓가락 하면서 딸의 표현에 수긍한다. 떡볶이 한 그릇에서 오는 기쁨이 엄청나다. 딸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긴다. 이 순간이 지나기 전에는 더 즐기고 싶다. 

 

 

머리카락을 자른 딸의 뒷모습이다. 긴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는 어울리지 않을까 봐 염려했지만 자른 후 더 좋아한다. 자퇴 후 이렇게 변신한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자퇴하면 인생 망할 거라고 걱정했지만 아직까지는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딸의 인생의 방향은 불투명하다. 하나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적이며 싱그러운 십 대다. 

 

 

2. 아빠와 일상을 공유하는 딸

이렇게 딸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자퇴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퇴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얼굴을 볼 시간도 없을 텐데~ 이렇게 아빠와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빠로서 딸을 보면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인 고등학교를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그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즐겁게 살고 있다. 제도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결코 망하지 않는다. 인생은 그 자체로 귀중하다.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녀도 좋고 안 다녀도 좋다. 다니기를 선택해도 좋고 안 다니기를 선택해도 좋다. 우리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귀하다. 그 자체로 값지다. 

 

3. 딸을 바라보는 아빠

지금 인생을 즐기고 있는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웃으며 재미있게 산다. 앞으로 자퇴하고 두 주간 마음껏 놀겠다고 한다. 노는 것도 괜찮다. 마음껏 놀고 5월 중순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계획은 세우지만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다. 벽에 부딪쳐 보는 것은 인생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아빠로서 딸을 지켜보며 지지해 줄 뿐이다. 딸의 인생에 관여하기보다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 딸에게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열심히 해서 딸이 원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수준까지 가면 보람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모습이 되면 좌절감으로 힘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딸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아빠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딸 파이팅!!